또 유람선 급습, 필리핀 선원 추방
“증거 없이 아동포르노 시청 혐의 씌워”
추방실적 압박에 단속요원도 스트레스
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·추방 정책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미 당국이 미국에 정박한 유람선의 필리핀인 선원들을 표적으로 마구잡이식 취업비자 취소·추방 조치를 남 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.
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(SCMP)에 따르면 호화 유람선 ‘카니발 선샤인’에서 일하던 필리핀인 요리사 마르셀로 모랄레스는 유람선이 버지니아주 노퍽항에 머무른 지난 6월 28일 무장한 미 세관국경보호국(CBP) 요원들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.
요원들은 약 3시간 동안의 조사에서 마르셀로에게 아동포르노를 본 것을 인정하라고 압박했으나, 그는 이런 혐의가 터무니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.
그러자 요원들은 “필리핀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미국에 5∼10년간 수감되고 25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것보다 낫다”면서 모랄레스를 압박했다.
또 모랄레스에게 “성인 여자의 몸과 어린 여자 몸의 차이를 아느냐”고 유도신문을 하기도 했다.
결국 모랄레스 등 카니발 선샤인의 필리핀인 선원 10명은 미국에서 10년간 일할 수 있는 C1/D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 보를 받고 일자리를 잃게 돼 모두가 울었다고 그는 전했다.
모랄레스 등은 주미 필리핀 대사관에 연락하는 등 법적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.
하지만, 요원들은 이들을 비웃었고 법적인 방어 기회를 주지 않았다. 또 이들에게 어떤 혐의인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고, 수갑을 보여주면서 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.
이후 요원들은 모랄레스 등에게 물이나 음식도 주지 않는 등 범죄자처럼 대했고, 결국 이들을 항공편으로 추방했다.
사흘 동안 고초를 겪고 필리핀에 돌아온 모랄레스는 미국에서 추방됐다는 ‘낙인’ 때문에 해외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 고 있다.
미국 로스앤젤레스(LA) 소재 시민단체 ‘필리핀노동자센터’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모랄레스처럼 유람선 등에서 일 하다가 비자 취소·추방 조치를 당한 필리핀인 선원은 알려진 것만 최소 113명에 이르며,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.
이 중 한 선원은 지난달 미 당국 요원들이 그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아내가 3살 아들에게 키스하는 영상을 발견한 뒤에 미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. 이 단체 관계자는 노퍽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각 기관에 할당한 목표 추방 실적을 채우기 위해 필리핀인 선원들이 표적이 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.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