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때리지 말고 대화하라”
자연주의 말 조련사 몬티 로버츠 별세
말을 때리지 않는 ‘자연주의 조련법’과 엘리자베스 2세(1926∼2022) 영국 여왕과의 친분으로 유명한 미국 말 조련사 몬티 로버츠(Monty Roberts)가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솔뱅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레이싱 포스트 온라인판 등 복수의 말 관련 매체가 4일 전했다. 향년 만 91세.
1935년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는 로데오 대회에 출전했다. 1966년 말 농장의 소유주가 됐다.
말의 표정 등 ‘신체 언어’를 이해하면 말을 때리지 않고도 조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. 이 언어를 ‘에쿠스(Equus)’로 이름 붙였고, 인간도 이 언어로 말과 소통할 수 있 다고도 했다. 에쿠스로 말과 소통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, 이를 계기로 말을 관찰하고, 마음을 읽고, 협력하는 ‘자연주의 조련법’이 확산됐다. 고 인은 이를 ‘조인업(Join-Up) 기법’이라고 불렀다.
말을 골라내는 안목이 뛰어났다. ‘앨리지드(Alleged)’ 등 최저 경매가에도 못 미치는 말을 골라내 경주 우승마로 키워냈다.
고인이 개발한 경주마 진정용 특수 담요는 널리 사용됐다. 말의 엉덩이와 옆구리를 덮는 이 담요 덕분에 출발 게이트 안쪽의 금속 레일이 말의 옆구리를 자극하는 것 을 막을 수 있었다. 고인은 경마 경기에서 채찍을 사용하는 데에도 반대했다.
1989년 승마 애호가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영국 마구간 직원들에게 ‘조인업 기법’을 가르쳤다. 여왕의 권유로 ‘말과 대화하는 남자(The Man Who Listens to Horses)'(1996)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.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1년 고인에게 로열 빅토리아 훈장(MVO) 명예 회원 자격을 수여했다. 고인은 숨지기 전 까지 캘리포니아주 솔뱅에서 승마 아카데미를 운영하고,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‘에쿠스 온라인 대학’을 운영했다.
자신의 이름을 붙인 웹사이트(https://montyroberts.com/)에 “근본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중 누구도 동물이나 다른 사람에게 ‘너는 ∼해야 한다. 그렇지 않으 면 해칠 것이다’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.”라고 적어놓았다.
고인의 딸 데비 로버츠 루크스는 인스타그램에 “세상에는 ‘말과 대화하는 사람’으로 알려졌지만, 제게는 그저 ‘아빠’였고, ‘강압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을 신뢰로 이룰 수 있다’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이셨다”며 “아버지는 진정한 리더십은 소통·인내·공감·존중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”고 적었다.


